야설

마조마마(MMM) 19부

야오리 12,012 2019.09.06 14:31
그 외에도 최진성은 몇 가지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학생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이었다.
 
학부형들이야 알고 있을 리가 없었지만 학생들 사이에선 이미 싸움에 관해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었다.
 
평소에 김동혁이 공공연히 학교 짱 행세를 하는 것을 눈꼴시게 여기던 전학생, 기회를 노리다 김동혁이 말실수로 흘린 욕설을 빌미로 삼아 그를 죽도록 두들겨 패버렸다는 소문이었다.
 
굳이 아이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김동혁을 두들겨 팬 것은, 이제부터 자신이 학교 짱이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린 것이라고 했다.
 
그 소문 때문인지 학생들 사이에선 서로의 가족에 관련되는 욕은 절대 하면 안 된다는 이상한 불문율까지 생기게 되었다.
 
최진성 역시 그런 소문을 얼추 들어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선생 입장에서 학부모들에게 차마 당신들 아이들이 학교 짱 자리를 놓고 싸운 것 같다 라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꺼낼 수 있는 말이라고는 그저 말다툼으로 인한 우발적 다툼이라는 말 뿐이었다.
 
가만히 팔짱을 끼고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주민정이 팔을 풀며 말했다.
 
그래서 학교측에서는 어떻게 처벌을 하겠다는 건가요?
 
저, 저희 교무회의 결과로는 유기 정학 이주에 근신 십일 정도로......
 
주민정이 눈꼬리를 치켜 올리며 그의 말을 끊어 먹었다.
 
뭐라고요? 애를 이꼴로 만들어 놨는데, 고작 이주 라고요? 진단이 전치 삼주가 나왔어요. 삼주면 고소감이라고요. 이사장님이 하도 조용히 넘어가자고 부탁하고, 또 동혁이하고 같은 나이에 민증에 빨간줄 긋고 인생 망치게 하는 건 심한 일 같아서 학교에 처분을 맡기겠다고 한 건데, 이주라니요? 선생님은 그게 합당한 처사라고 생각하세요?
 
똑 떨어지는 그녀의 목소리에 최진성의 목이 움츠러 들었다.
 
물론 동혁이 어머님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이제 졸업도 몇 달 안 남았는 데다 학교 분위기도 그렇고...게다가 전적으로 형우 잘못만 있는 것도 아니고......
 
최진성이 조심스럽게 변명을 하자 주민정이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지금 무슨 소리 하시는 거에욧? 그럼 우리 동혁이가 잘못했다는 건가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싸움이 일어난 원인이 동혁이가 말실수를 한 것이......
 
얻어 맞은 애가 무슨 잘못이 있다는 거에요? 저 애는 멀쩡하고 우리 애는 만신창이잖아요. 그런데도 우리 애 잘못이라고 할 수 있나요?
 
주민정의 말에 옆에 있던 김동혁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어, 엄마. 나도 맞기만 하진 않았어. 잘 보면 저 새끼 얼굴에도 멍 좀 들었......
 
시끄러 이 녀석아! 맞고 다니지 말라고 태권도 도장을 삼년이나 다니게 했는데, 그 모양으로 얻어 맞고 다녀? 엄마가 그랬지? 치료비 같은 건 다 책임져 줄테니 절대 맞고 다니지 말라고. 맞을 바에 차라리 니가 때리라고! 했어 안했어?
 
해, 했어.
 
그런데 그렇게 맞고 들어 와? 어휴. 속상해. 널 아들이라고 둔 내가 불쌍하다.
 
주민정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들겼다.
 
그녀의 구박에 김동혁은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푹 숙였다.
 
그는 평소에 학교에서는 온갖 허세를 다 부리며 아이들을 휘둘렀고, 또 지숙에게는 범점할 수 없는 주인으로서의 카리쓰마를 보여 왔었지만 주민정 앞에서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김동혁은 어려서부터 그녀에게 완전히 휘어잡힌 채 살아 왔다.
 
그가 첫 상대로 주민정과 비슷한 또래인 지숙을 선택한 것도 자신의 엄마를 마음대로 휘둘러 보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김동혁이 말문을 닫자 주민정은 다시 고개를 돌리고 말을 이었다.
 
학교에 처분을 맡긴 것만 해도 제 입장에선 많이 양보한 거에요. 그러니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 지지 않으면, 저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에요.
 
합당한 처벌이라 하시면 어느 정도를 생각 하시는 지......
 
최진성의 물음에 주민정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
 
당연히 무기정학이죠!
 
그녀의 말에 최진성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학생에게 무기정학은 내린다는 것은 졸업을 시키지 않겠다는 말과 같았다.
 
아무리 잘못을 했다지만 형우에게만 일방적으로 그런 벌을 내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주민정은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최진성은 도저히 그녀의 고집을 꺾을 자신이 없었다.
 
아니, 그것은 그뿐 아니라 이 학교 선생들 모두가 그랬다.
 
워낙 치맛바람이 쎈 학교인지라 그만큼 육성회의 권한이 강했고, 주민정은 그 중에서도 몇년 째 회장직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치맛바람 어머니들의 대표인 셈이었으니 얼마나 기가 드센 지는 굳이 말 할 필요도 없었다.
 
원래 이 자리에 함께 참석했어야 할 교감선생과 학년주임 선생이 피해 학생 어머니가 주민정이라는 말만 듣고, 병가를 내고 학교를 빠졌을 정도였다.
 
덕분에 두 사람의 담임을 맡고 있는 지라 빠질 수 없었던 최진성이 학교 측 입장을 설명하게 된 것이다.
 
최진성이 어쩔 줄 몰라 버벅되고 있을 때, 조용히 고개만 숙이고 있던 지숙이 입을 열었다.
 
저...동혁 어머... 사모님. 치료비와 보상은 모두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그러니 그런 심한 처사 만은......
 
주민정은 어림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돈이라면 우리도 얼마든 지 있어요. 굳이 그쪽 신세 질 생각 없어요. 내가 원하는 건 분명한 처분 뿐이에요. 이건 단지 우리 아이가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이러는 것만은 아니에요. 이 학교 육성회장으로서, 댁의 아들에게도 이 사회의 정의와 질서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확실히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댁의 아들이 어린 나이라도 잘못을 하면 당연히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알아야 나중에 또 이런 일을 안 일으키지 않겠어요?
 
하지만 형우는 나쁜 아이가 아니에요. 이제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에요. 지금도 많이 반성 하고 있고 후회하고......
 
지숙의 변명에 주민정이 뾰족한 고함을 질렀다.
 
댁이 그렇게 아들을 감싸고 도니 이런 일이 일어난 거 아니에요? 자기 아들이라고 잘못 같은 건 안 할거라고만 생각하는 게 믿음이 아니에요. 부모들이 내 아들은 안그럴 거라고 감싸돌기만 하니까 수많은 청소년 범죄가 일어나는 거라고요. 아들을 믿고 싶으면 올바른 길로 확실히 인도한 후에야 믿으세요! 댁은 그런 소리 할 게 아니라 먼저 반성부터 해야 돼요! 이런 일이 생긴 진짜 이유는 댁의 그 아들에 대한 무책임한 믿음 때문이니까욧!
 
지숙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러 말도 하지 못했다.
 
주민정의 언변은 대하는 사람을 주눅들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죄를 하러 온 자리에 원래부터 성격이 드세지 못한 지숙이 그녀를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한바탕 설교를 늘어 놓고 난 주민정은 자신이 조금 심했다고 생각했는 지 톤을 낮춰서 다시 말했다.
 
오해하진 마세요. 그쪽에 악감정을 가지고 하는 소리는 아니에요. 다만 아들이 잘못을 저질렀으면 그 책임의 절반은 엄마에게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거에요. 아들의 잘못을 책임지는 것도 엄마로서의 의무이니까요.
 
상담실 안은 오직 주민정의 단호한 설교만이 울려퍼졌다.
 
최진성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저 사나운 암코양이 마음을 돌리긴 틀렸구나. 후우. 이제 한달 반만 있으면 방학인데, 학생에게 무기정학이라니.
 
그는 안쓰러운 눈으로 형우와 지숙 모자를 돌아 보았다.
 
그때, 지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들의 잘못이 엄마의 책임이라는 말씀 잘 알아 들었어요. 틀리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행동에 주민정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래서요? 받아 들이겠다는 건가요?
 
지숙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무리 그래도 형우가 무기정학까지 받게 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제가 대신......
 
말을 하던 지숙이 갑자기 주민정과 김동혁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이마를 땅에 붙이고 빌었다.
 
...책임지고 용서를 빌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모두 부덕한 제 잘못입니다. 부디 저희를 용서해 주세요.
 
지숙의 행동은 너무도 뜻밖이었다.
 
주민정과 최진성은 놀라서 입을 쩍 벌렸다.
 
형우 역시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났다.
 
어, 엄마! 뭐 하시는 거에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잖아요! 그냥 제가 그만 둘게요! 이 딴 학교 제가 그만 둬 버리면 되잖아요! 어서 일어 나세요!
 
형우는 정말 지숙이 저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그동안 그가 일으킨 사건 때문에 많은 피해학생들의 부모 앞에 불려가 용서를 빌었던 지숙이었지만, 이렇게까지 굴욕적인 모습을 보였던 적은 없었다.
 
형우는 급히 지숙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맞은 편에 앉은 김동혁의 얼굴을 보고 몸이 굳어 버렸다.
 
김동혁은 그와 지숙을 내려다 보며 소리없이 웃고 있었다.
 
마치 재미있는 연극이라도 보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의 표정을 본 형우는 깨달았다.
 
지금 지숙이 하고 있는 굴욕적인 행동이 바로 김동혁의 명령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지금 주민정이 아니라 김동혁에게 엎드려 빌고 있는 것이다.
 
김동혁을 그렇게 만든 자신의 앞에서.
 
개...새끼......
 
형우는 이빨을 바드득 갈았다.
 
분노로 손이 떨려왔다.
 
당장이라도 달려 들어 김동혁을 다시 한 번 밟아 주고 싶었다.
 
그러나 눈 앞에 비참하게 엎드리고 있는 지숙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머리속에 수만가지 생각이 소용돌이 치듯 맴돌았다.
 
뿌드득.
 
어금니가 갈리며 뼛가루가 입안을 텁텁하게 만들었다.
 
잇몸이 찢어지며 찝찌름한 피가 새어 나왔다.
 
꽉 쥔 주먹이 터져 나갈 것처럼 떨려왔다.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참아야 했다.
 
눈 앞에 엎드린 지숙을 위해 참아야 했다.
 
그때 당혹스러워 하는 주민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하시는 거에요? 그렇게 감정적으로 나온다고 해결 되는 일이 아니에요. 어서 일어 나세요. 문제가 있으면 이성적으로, 대화로 해결을 해야죠.
 
똑부러지던 그녀 역시 두 사람의 행동에 너무도 놀랐던지, 말까지 더듬었다.
 
옆에서 남몰래 히죽거리며 웃던 김동혁이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고 말했다.
 
엄마. 형우 아줌마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그냥 봐주자. 형우도 반성하는 것 같고. 또 친구 사이에 다툴 수도 있는데, 괜히 그거 가지고 정학이니 뭐니 해버리면 다른 애들 사이에서 내 입장도 엄청 곤란해 져. 잘못하면 나 진짜 왕따 당할 지도 모른다니까?
 
그 말에 주민정의 얼굴에 갈등이 떠올랐다.
 
3년간 육성회를 꾸려가면서 아이들간의 왕따라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왕따 당할 지도 모른다는 김동혁의 말이 상당히 와닿았다.
 
잠시 갈등하던 주민정은 무릎 꿇고 엎드린 지숙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우. 댁이 아들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니 같은 엄마로서 더이상 뭐라고 할 수가 없네요. 좋아요. 치료비와 보상을 받는 정도로 끝내고 처벌은 요구하지 않겠어요. 정학이든 근신이든 아무래도 좋으니 최선생님이 알아서 해주세요.
 
주민정은 판사가 판결을 선언하 듯 말을 내뱉고는 그대로 상담실을 나가 버렸다.
 
인사도 없이 급히 나가는 것을 보면, 당황스러운 자리를 빨리 피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김동혁이 그녀의 뒤를 따라나가는 척 형우에게 다가와서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니네 엄마 때문에 살아난 줄 알아.
 
그리고 이번에는 지숙의 어깨를 툭툭 건드린다.
 
우리 엄마 마음을 돌리다니. 아줌마 대단하던데?
 
그의 손이 닿자 지숙이 몸을 움찔하는 것이 옆에서도 느껴졌다.
 
뿌드득.
 
형우는 이를 악물고 자신을 억제했다.
 
최진성 역시 자신이 있을 자리가 아님을 알았는 지,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형우 어머님. 우선 진정 좀 하시고 나중에 다시...저, 전 교무실에 가 있을테니 진정 되면 들리세요. 형우야. 어머니 위로 좀 해드려라......
 
최진성은 상담실을 나가며, 아직도 바닥에 주저 앉아 일어나지 않고 있는 지숙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저렇게 착하고 헌신적인 엄마를 모욕했으니......
 
그는 어쩌면 형우가 싸운 원인이 진짜 그 욕 한 마디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상담실을 나갔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나자 상담실에는 형우와 지숙만이 남게 되었다.
 
형우는 무릎을 꿇은 채 멍하니 앉아 있는 지숙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
 
순간적인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던 것이 지숙에게 이런 굴욕을 안겨 준 것이다.
 
형우는 약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미안해요.
 
그 말에 지숙이 고개를 젓는다.
 
아냐. 엄마가 미안해.
 
그녀의 목소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엄마가 뭐가 미안해요?
 
그냥. 그냥 형우한테 미안해.
 
뭐가 자꾸 미안해요? 다 내가 잘못한 건데. 우리도 그만 일어 나요.
 
그래. 일어 나야지.
 
지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일어 나려던 지숙의 다리가 휘청거리며 다시 주저 앉는다.
 
다리가 풀린 모양이었다.
 
내가 부축해 줄게요.
 
형우가 그녀의 팔을 잡고 부축해 주었다.
 
지숙의 가녀린 팔에 희미한 떨림이 전해져 왔다.
 
엄마도...나한테 안 좋은 모습을 보여 줄까봐 이렇게 떨고 있었구나.
 
형우는 지숙을 부축해 일으켜 준 후, 한쪽 어깨를 살짝 기울여 그녀의 백을 집으려 했다.
 
그때 형우의 눈에 지숙이 앉아 있던 자리가 보였다.
 
딱딱한 시멘트 바닥을 적시고 있는 희뿌연 물방울들.
 
형우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 지숙의 엉덩이를 보았다.
 
지숙의 치마가 물에 젖은 것 처럼 약간 얼룩이 져 있었다.
 
치마 색깔이 짙은 검은 색이라 거의 표가 나지 않았지만, 형우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지숙이 흘린 보짓물이라는 것을.
 
지숙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굴욕적으로 엎드리고, 그 행위로 인해 흥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숙의 팔을 부축하던 형우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눈 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때 지숙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형우야. 엄마 아파. 살살 잡아.
 
형우는 지숙의 부름에 정신이 들었다.
 
다행이 지숙은 아직 자신이 저토록 물을 많이 흘렸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형우는 지숙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불그스름하게 달아 올라 있었다.
 
조금 전에는 그것이 굴욕적으로 엎드린 탓에 창피함과 수치심으로 상기 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사실은 흥분해서 몸이 달아 올라 있어서였다.
 
형우는 왠지 지숙이 자신에게서 점점 더 멀어져 가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짧은 순간 복잡다단한 생각들이 들었다.
 
그러나 이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떠올리고 그녀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뺐다.
 
미안해요. 잠깐 나쁜 생각이 들어서 그랬어요. 엄마. 어서 가요.
 
형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표정을 관리하며 지숙을 부축하여 상담실을 나갔다.
 
내가 집까지 바래다 줄게요.
 
형우의 말에 지숙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형우 너 아직 수업도 안 끝났잖아. 엄마 괜찮으니까 교실로 가. 그리고 엄마 교무실 가서 선생님도 만나 봐야 하잖아.
 
지숙의 말에 형우는 마지못해 그녀의 팔을 놓았다.
 
그럼 엄마. 조심해서 가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 하고요.
 
호홋. 사고는 니가 쳐 놓고 왜 엄마를 걱정하니? 아들도 더 이상 사고 치지 마?
 
그 말에 형우는 무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알았어요. 이번엔 정말로 실수였어요.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에요. 정말이에요 엄마.
 
알아. 엄마는 우리 형우 믿어. 그럼 엄마 갈게.
 
지숙은 상냥하게 웃으며 형우를 한 차례 안아 주고는 돌아섰다.
 
형우는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걸어가는 지숙의 뒷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며 교실로 향했다.
 
그러나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복잡해서 도저히 수업을 들어갈 생각이 들지 않았다.
 
수업 시간의 복도는 마치 사람 없는 무인도와 같이 조용했다.
 
형우는 그 정적과 고독이 좋아 괜히 목적 없이 복도를 서성거리며 돌아 다녔다.
 
창가 너머로 펼쳐진 파란 하늘을 보자 담배를 피고 싶어졌다.
 
형우는 건물을 나와 자신만의 장소로 향했다.
 
비록 냄새는 나는 곳이지만, 학교 안에서 유일하게 혼자만의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형우는 학교 구석의 창고 뒤의 버려진 화장실 건물로 걸어갔다.
 
화장실 건물 뒤쪽으로 돌아가면 밖에서는 아무도 볼 수 없는 완벽한 그만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형우가 자신만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코너를 돌기 직전.
 
거친 욕설이 들려왔다.
 
이 씨발년아! 니 년 아들새끼 때문에 존나 아프잖아! 이거 어쩔 건데?
 
욕설의 뒤를 이어 살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철퍽철퍽!
 
그리고 들려오는 익숙한 흐느낌 소리.
 
아흐흑. 주, 주인님.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용서해 주세요.
 
바로 지숙의 목소리였다.
 
 
형우는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었다.
 
그가 항상 담배를 피던 공간. 그리고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등을 기대던 지저분한 화장실 벽.
 
지숙은 그 벽에 기대어 엉덩이를 내밀고 있었고, 김동혁은 그런 그녀의 항문에 자지를 꽂아대고 있었다.
 
퍼억퍼억.
 
이 씨발년. 개 같은 년. 자식 새끼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씨발년아. 깡패로 키웠냐? 엉?
 
김동혁은 자지를 박을 때 마다 지숙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찰싹찰싹.
 
으흐흑. 죄, 죄송해요. 용서해 주세요.
 
지숙은 연신 용서해 달라는 말만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치마를 엉덩이 위까지 걷어 붙이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았다.
 
아마 이곳에 올 때 부터 노팬티였던 모양이었다.
 
아까 상담실에서 바닥에 물이 흐른 것도 그 때문인 듯 했다.
 
지숙은 김동혁에게 맞을 때 마다 하얀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신음했다.
 
하으응. 주, 주인님. 더, 더 세게...노예년에게 더 세게...엉덩이에 벌을 내려 주세요.
 
그래 썅년아. 걸래 같은 년. 씨발년아 니 입으로 말해 봐. 내가 너한테 창녀라고 한 게 뭐가 잘못인데? 너
 
창녀 맞잖아 씨발년아. 너 우리 자지 없으면 못 사는 창녀 맞잖아.
 
김동혁은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는 듯 자지를 쑤시는 걸 멈추고 지숙의 엉덩이를 내리쳤다.
 
뽀얗던 지숙의 엉덩이가 금새 새빨갛게 물들었다.
 
지숙은 숨막히는 소리를 내며 부르짖었다.
 
흐으으윽. 맞, 맞아요. 주인님 말씀이 맞아요. 전 창녀에요. 주인님이 주는 좆물 받아 먹고 사는 창녀에요
 
.
 
아우. 씨발 새끼. 개 좆같은 년. 창녀한테 창녀라고 한게 뭐가 잘못이라고 지랄이야? 니미 씨발 좆같은 새
 
끼. 이 씨발년아. 너 확 야구부에 돌려 버릴까? 앙? 스무명한테 돌림빵 한 번 당할래? 다른 사람들이 다 창
 
녀라고 부르면 그 새끼도 지랄 못할 거 아냐?
 
하아악. 주인님 뜻대로 하세요. 스무명이든 백명이든 주인님이 시키는 대로 당할게요. 흐으으윽. 종년은
 
주인님이 시키시면 백원짜리 창녀짓도 할 수 있어요.
 
아 씨발 니년도 아는 걸, 그 새끼는 좆도 모르면서 씨발 새끼. 아욱. 개새끼 주먹 존나 쎄네. 아우 아파.
 
김동혁은 인상을 쓰며 부어 오른 코를 매만졌다.
 
그가 아파하느라 움직임을 멈추자 지숙이 허리를 비리 꼬며 애원했다.
 
하으으윽. 주, 주인님. 노예년 똥구멍으로 주인님 자지를 계속 삼킬 수 있게 허락해 주세요.
 
씨발년아. 주인이 아프다는데 자지가 눈에 들어 오냐? 개년아. 니가 한 번 말해 봐. 걸래 창녀한테 창녀라
 
고 한 내가 잘못한 거야 아니면 지 애미 보지가 개걸래 창녀인지도 모르고 깡패처럼 주먹질 한 니년 아들이
 
잘못한 거야? 똑바로 말 안하면 안 박아 줄지 알아.
 
그의 으름장에 욕정이 몸이 달아 몸을 꼬아대단 지숙이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이내 그녀의 입에서 명확한 대답이 흘러 나왔다.
 
주인님이 옳아요. 무조건 주인님이 옳아요. 모두 형우가 잘못한 거에요. 다 형우 잘못이에요. 그러니 형우
 
잘못을 이 음란한 노예 창녀 애미한테 풀어 주세요.
 
김동혁이 그녀의 엉덩이를 찰싹 내리치며 소리쳤다.
 
씨발. 그거야! 잘못한 건 내가 아니라 니년 아들이라고. 알았어?
 
하아악. 네네. 잘못한 건 형우에요. 주인님이 아니에요. 주인님은 잘못한게 없어요. 그러니 이년의 똥구멍
 
에 벌을 내려 주세요.
 
미친년아. 시키지 말고 박고 싶으면 니가 움직여 봐.
 
김동혁의 말에 지숙은 기다렸다는 듯이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쑤욱쑤욱.
 
그녀의 큼직한 엉덩이가 앞뒤로 흔들리며 김동혁의 자지를 물었다가 내뱉기를 반복했다
 
썅년. 잘 조이는 데?
 
김동혁도 서서히 흥이 나는지 다시 지숙의 엉덩이를 잡았다.
 
퍼억퍼억.
 
그가 조금전보다 더욱 격하게 자지를 쑤셔박았다.
 
하으으윽.
 
지숙의 입에서 열띤 음성이 새어 나왔다.
 
김동혁은 그녀의 항문을 뚫어 버릴 것 처럼 자지를 밀어 댔다.
 
그가 허리를 밀어 붙일때 마다 지숙의 엉덩이가 스폰지처럼 이지러진다.
 
흐윽흐윽. 주인님. 좋아요. 주인님 자지 좋아요.
 
씨발년아. 욕 해봐. 좆물 받고 싶으면 니 아들새끼 욕 해보라고!
 
그의 말에 지숙이 흠칫 한다.
 
그러나 김동혁이 엉덩이를 한대 후려치자 다시 신음을 토하며 부르짖었다.
 
아아아앙. 나...나...나쁜놈...민...형우...나쁜노옴......
 
그러나 김동혁은 그녀의 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지 인상을 썼다.
 
씨발 좆같은 년아. 그게 욕이냐? 개아. 제대로 욕 안하면 자지 빼버린다?
 
흐으윽. 아, 안돼요 주인님. 할게요. 빼지 마세요. 욕 할게요. 개, 개새끼! 형우 개새끼!
 
김동혁의 움직임이 조금 더 격렬해졌다.
 
지숙이 아들인 형우를 욕하는 것이 자극이 된 모양이었다.
 
흐으. 좋아. 계속해! 쉬지 말고 계속 욕해!
 
김동혁의 말에 지숙이 머리를 마구 흔들며 소리질렀다.
 
개새끼! 형우 나쁜 새끼! 민형우 깡패 새끼!
 
그녀의 외침에 김동혁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이 년아. 니 보지로 낳은 새끼 욕하니까 좋냐?
 
아아아...좋아요 주인님. 제 보지로 낳은 형우 욕하면서 주인님한테 박히니까 너무 좋아요.
 
그럼 계속 해봐! 그 새낀 창녀 애미 보지도 못 먹어 본 병신이라고 해 봐! 나보다 못한 놈이라고 해 봐!
 
아아아. 그, 그 녀석은 창녀 같은 애미 보지도 못 먹어 본 고자 새끼에요. 주인님 발톱의 때만큼도 못 한
 
새끼에요오.
 
그녀는 미친 듯이 부르짖으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허억. 씨발년. 아들 새끼 욕하면서 존나 느끼나 보네. 너 솔직히 니 아들 자지 먹어 보고 싶은 거 아냐?
 
하으으응. 아, 아니에요. 전 주인님 자지가 좋아요. 형우 자지는 싫어요. 주인님 자지만 좋아요. 흐으윽.
 
지숙은 정신 없이 소리쳤다.
 
그녀의 격한 반응에 김동혁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정액을 쏟아냈다.
 
투투툭.
 
정액이 항문을 두들기자 지숙의 몸이 활처럼 휘어졌다.
 
하으으으윽. 주, 주인님 좆물이 들어오고 있어요!
 
지숙은 항문 안에 가득 차는 정액을 느끼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의 보지에서 찍 하고 오줌 한 줄기가 쏟아졌다.
 
허억허억. 씨발년. 요가 시키질 존나 잘했네. 점점 더 조여. 이젠 똥구멍으로 자지 잘라 먹을 기세야.
 
김동혁은 감탄하며 지숙을 보았다.
 
지숙은 벽을 잡고 엎드린 채 연신 항문을 움찔거리며 정액을 밀어 내는 중이었다.
 
항문에서 밀려난 정액이 허벅지를 타고 뚝뚝 흘러 내렸다.
 
걷어 올린 그녀의 치마가 살짝 흘러 내려 아랫자락에 정액이 묻어 얼룩이 졌다.
 
김동혁은 바닥에 자신의 겉옷을 펼치고 주저 앉았다.
 
이리와 앉아.
 
그의 말에 지숙이 치마를 내려 아직도 정액이 흘러 내리고 있는 항문을 가리고는, 그의 옆에 다소곳하게 꿇
 
어 앉았다.
 
마치 신랑 앞의 새신부처럼 조신한 모습이었다.
 
김동혁은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그리고 그녀의 브라우스에 손을 집어 넣어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말했다.
 
지숙아. 아까 우리 엄마 앞에서 엎드려 비니까 어땠어?
 
아흑. 좋았어요. 다른 사람 앞에서 주인님께 용서를 비니까 온 몸이 짜릿했어요. 형우를 처벌하지 않게 도
 
와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주인님.
 
딱히 그 새끼를 용서하거나 한 건 아니야. 단지 정학 당해서 학교도 안 가고 허구헌날 집에 쳐박혀 있으면
 
니년이 곤란해 할 것 같아서 그런 것 뿐이야. 게다가 지숙이 니가 시킨대로 잘 해서 마음에 들기도 했고 말
 
이야. 어때? 아들 앞에서 굴욕을 당하니까?
 
그의 말에 지숙은 잠시 기억을 떠올려 보더니 대답했다.
 
죽을 것 같이 수치스러웠는데도 기분은 좋았어요.
 
김동혁은 다른 손으로 지숙의 치마 자락에 손을 집어 넣으며 다시 말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말야.
 
지숙은 그의 손가락이 보지를 쑤시자 옅은 신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흐으응. 네. 주인님.
 
처벌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 없는데, 내가 얻어 맞은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존나 억울하단 말야? 씨발. 난
 
니 아들이 그렇게 깡패 같은 새끼인지도 몰랐고, 또 그 새끼 한테 선빵을 맞아서 정신이 없기도 했었거든.
 
게다가 내가 뭐 잘못한 게 있어야지. 니년을 가지고 진짜로 창녀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창녀하고 비유
 
만 했을 뿐인데 그 지랄을 떨더란 말이지. 생각 같아서는 그 새끼한테 니년 꼬라지를 보여주고 싶은데, 그
 
랬다간 니년이나 우리나 여러모로 문제가 생길 것 같으니 그건 안 되겠고.
 
잠시 긴장하던 지숙이 안도의 숨을 쉰다.
 
김동혁이 그런 지숙의 유두를 세게 꼬집었다.
 
아흐흑.
 
지숙은 아파하면서도 조금도 몸을 빼지 않고 그의 손장난을 받아 들였다.
 
김동혁은 그녀의 유두를 꼬집은 채 잡아 당기며 계속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그 새끼 확 밟아 버리려고. 내 친구들 좀 풀어서 그 새끼 반 병신 만들어 버릴까 하
 
는데. 넌 어떻게 생각해?
 
그의 손길에 신음하던 지숙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으흑. 그, 그런...안 돼요. 주인님. 그것만은...제, 제가 벌을 받을 게요. 형우가...아니, 그 놈이 잘못
 
한거 제가 다 받을게요. 아흑...주인님 친구분들께 제 몸을 받쳐도 좋고, 창녀짓을 해도 좋아요. 주인님 화
 
를 풀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테니 형우를 다치게만 하지 말아 주세요.
 
지숙의 애원에 김동혁이 그녀의 치마를 확 들어 올리며 욕했다.
 
씨발년. 좋아서 보짓물을 질질 흘리면서 존나 숭고한 애미인 척 하네.
 
들어 올려진 지숙의 치마 속에는 그의 말대로 보짓물이 흥건하게 흘러 내리고 있었다.
 
물이 흥건한 보지가 드러나자 지숙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김동혁이 히죽 웃으며 다시 말했다.
 
뭐, 어쨌든 좋아. 그 새끼 대신 벌을 받겠단 말이지?
 
네. 주인님. 제가 뭐든 다 할게요.
 
그럼 우선 약속의 증표를 새겨야 겠어.
 
김동혁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검정색 매직을 하나 꺼냈다.
 
빨통 내놔 봐.
 
그의 말에 지숙은 주저 않고 브라우스를 열었다.
 
김동혁은 브래지어를 벗기고 그녀의 가슴골과 쇄골 사이에 매직으로 글씨를 썼다.
 
주인님 전용 젖통
 
그렇게 쓰고 나서 다시 왼쪽 가슴에 암퇘지, 오른 쪽 가슴에는 암캐 라고 썼다.
 
하으응.
 
그가 매직을 움직일 때 마다 간지러운 느낌에 지숙은 몸을 움찔거렸다.
 
그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출렁거리자 김동혁이 짜증을 내며 그녀의 가슴을 때렸다.
 
썅년아 가만히 좀 있어.
 
찰싹.
 
흐으윽.
 
지숙은 입술을 깨물며 간지러움을 참았다.
 
김동혁이 딱딱하게 솟은 유두 주변에 꽃잎 다섯장을 그렸다.
 
그리고 유두 위에 점을 찍는다.
 
아흑.
 
김동혁은 반대쪽 유두에도 장난질을 쳤다.
 
지숙의 가슴이 온통 낙서장처럼 변했다.
 
김동혁은 가슴에 더 이상 낙서를 할 곳이 없자 그녀의 배에 낙서를 했다.
 
개걸래, 좆물 변기, 백원에 보지 한 번 등의 낙서가 써졌다.
 
이번에는 지숙의 치마를 걷어 올렸다.
 
그는 치마 아랫자락을 지숙의 입에 쑤셔 박았다.
 
물고 있어!
 
그의 말에 지숙은 치마를 입에 물었다.
 
덕분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그녀의 하체가 훤히 드러나 보였다.
 
김동혁은 그녀의 보지 위에 화살표를 넣고 옆에다 자지를 그려 넣었다.
 
그리고 지숙의 몸을 돌려 세우더니 엉덩이에도 자지를 그려 놓았다.
 
이어서 그녀의 등에다 또 다시 낙서를 시작했다.
 
지숙의 몸은 얼굴과 팔, 다리, 목 등 옷을 입었을 때 드러나는 부분만 빼고 모두 낙서로 가득찼다.
 
대부분이 입에 담기도 힘든 음란한 말들이었다.
 
마치 그녀의 몸이 도화지라도 된 것 같았다.
 
김동혁은 한참 동안 그녀의 몸에 낙서를 하며 놀더니, 더 이상 그릴 곳이 없어지자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
 
며 말했다.
 
좋아. 내일 일곱시에 아지트에 올 때 까지 지우지 마. 그 상태 그대로 오면 니 아들 대신 너한테 벌을 주
 
도록 하지. 하나라도 지워지면 니 아들 새끼는 병신 될 줄 알아.
 
그의 으름장에 지숙은 두려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주인님. 절대 안 지울게요.
 
아으. 씨발. 니년 몸뚱아리 보니까 존나 꼴리기는 하는데 아파서 움직이기가 싫다. 입보지로 좆물이나 뽑
 
아 봐.
 
김동혁의 말에 지숙은 그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형우는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어 돌아섰다.
 
쭈우웁.
 
등 뒤로 지숙이 자지를 빠는 소리가 들려 왔다.
 
형우는 그 길로 교무실로 가서 담임선생, 최진성에게 조퇴를 하겠다고 했다.
 
최진성은 상담실에서의 일도 있고 했기에 형우를 보내 주었다.
 
하아.
 
깊은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지숙이 자신 때문에 또 다시 가혹한 행위를 겪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가슴이 먹먹해졌다.
 
김동혁은 지금껏 지숙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았었다.
 
미리 예고를 하거나 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형우를 미끼로 지숙이 뒤로 빠질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지금의 지숙은 완전한 그들의 노예. 굳이 함정을 파야 할 필요도 없었건만, 그런 수작을 하는 것을 보니 불
 
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개새끼...엄마를 대체 얼마나 괴롭히려고......
 
형우는 당장이라도 달려 들어 김동혁의 머리를 박살내고 싶었다.
 
이전에 체육선생 때문에 동혁의 머리를 마저 깨뜨리지 못한 것이 너무도 아쉬웠다.
 
그러나 이미 기회는 지나갔다.
 
아니, 사실 그것은 기회가 아니었다.
 
오히려 파멸의 첫걸음이었을 뿐이다.
 
그나마 자신의 거짓 변명과 지숙의 희생으로 파국을 겨우 면했을 뿐이다.
 
또 한 번 그들을 건드렸다간 더 이상 파국을 막을 수 없었다.
 
그 파국의 끝이 무엇인지는 형우도 잘 알고 있었다.
 
지숙을 생각해서라도 폭력은 쓸 수 없었다.
 
처음엔 지숙이 형우 때문에 녀석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는데, 이제는 형우가 지숙 때문에 그들을 건드릴
 
수 없게 된 것이다.
 
형우는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정만 바라보았다.
 
천정 벽지의 무늬가 빙글빙글 돌며 자신을 비웃고 있었다.
 
저녁 무렵에 지숙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그때까지 김동혁과 함께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형우는 지숙이 들어오는 것을 알고도 나가지 않았다.
 
이 괴롭고 복잡한 마음이 가득한 얼굴을 그녀에게 보이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형우는 그렇게 멍하니 누워 있다 잠이 들었다.